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활자 잔혹극 (루스 랜들)

<허구추리>에서 언급되기도 했던 고전 추리소설. 이 소설은 추리소설 역사상 "가장 도발적인 첫 문장", 즉 첫 범인과 동기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. 범인과 동기가 이미 제기된 상태에서 '과연 어쩌다, 왜, 범인은 살인을 하게 되었나'를 쌓아가는 작가의 서사가 대단하다. 한편으로는,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교훈적인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. 북스피어판(2011년)에 실린 장정일의 해제(?)가 상당히 재미있다. 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활자(및 지식) 중독자로 그려지는 자일즈 몬트의 사례를 들며, 장정일은 이렇게 말한다. "혹여 이 작품을 문맹이 지닌 불통을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하면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문해 능력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문서로 읽는다면, 우리는 이 작품을 온전히 읽지 못한 것이다." 그러나,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자일즈 몬트는 유해한 인간은 아니다. 커버데일 일가 모두가 어느 정도 성가신 사람들일지는 몰라도 유해한 이들은 아니다. 문맹이 만들어 낸 유니스를 괴물로 그려낸 이 소설에서 엘리티시즘의 조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...